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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나

jvca 2024. 2. 13. 11:38


"『말리나』는 잉에보르크 바흐만이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고독과 불안, 언어가 가진 한계를 예리한 필치로 포착해낸 소설이다" ㅡ 책 소개글을 보고 망설임 없이 구입한 책인데 다 읽지 않을 겁니다. (특히)많은 독일어권 작가들에게서 느끼곤 하는 점인데 글을 너무 아름답지 않게 씁니다. 담겨 있는 사상과 주제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 시적인 데라고는 전혀 없는 문장들을 참아 낼 수가 없어서, 도저히 끝까지 읽을 수가 없어요. 귄터 그라스가 그랬고, 토마스 만이 그랬고(어찌저찌 다 읽긴 했어요), 또 그 밖에 불확실하게 몇몇의 작가들이 떠오르는군요. 주제가 너무 매력적이라 억지로 억지로 읽었는데 200쪽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합니다. 나의 시간을 좀더 아름답고 재치있는 문장들을 읽는 데 쓰고 싶어요.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슬픔, 그리고 극복해내려는 의지. 세계적인 여성작가로 칭송받는 잉에보르크 바흐만은 여성의 삶과 나이듦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글로 옮겨 여성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자아 안에 존재하는 타자, 여성 안에 존재하는 남성, 또 그 때문에 비롯되는 소통의 불완전함을 대신한 글은 여성이라는 존재에게 다른 방식의 자유를 가져다 주었다. 말리나 는 잉에보르크 바흐만이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고독과 불안, 언어가 가진 한계를 예리한 필치로 포착해낸 소설이다. 새로운 표상과 과거의 잔상이 공존하는 현대적 도시 빈에 사는 작가인 소설의 주인공 나. 나는 삶의 의미를 오직 이반이라는 남자와의 관계에서만 찾는다.

사랑에 삶 전체를 건 나 와 달리 헝가리 출신의 이반은 그 사랑을 유희라 이름 붙이고 어디까지나 가벼운 감정에 머물기를 강요한다. 하지만 이반의 두 아이를 만난 후 나 는 조심스럽게 그들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반이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하자, 절망한다. 한편 나 의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중심축이자 나 와 한 집에서 동거 죽인 말리나라는 남자는 이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그녀의 행동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생활 전반에 걸쳐 그녀를 보살피고, 꾸짖고, 위로해 준다. 현실과 꿈의 경계,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가운데 나 와 말리나는 나 의 아버지에 대한 강박과 이반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해 악몽 속의 미로처럼 길고 빠져나갈 수 없는 대화를 나누게 된다.

끊임없이 독자의 사고를 자극하고, 교란하고, 마지막 순간에야 강렬한 깨달음을 전하는 기나긴 대화 후, 말리나의 정체와 나 의 진실이 어두운 내면의 방에서 나와 밝혀지기 시작한다. 언어 철학 전공자로, 자신에게 부여된 여성이라는 단어의 사회적 경계를 평생에 걸쳐 회의해 온 바흐만이 사망하기 2년 전에 발표한 대표작으로, 마치 연극에서처럼 주요 등장인물 다섯 명을 소개하며 오늘 이라는 시간과 빈 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작품 내의 인물들이 사회적으로 요구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면서 한편 대솔 처리된 등장인물의 단절적인 대화를 통해 오히려 소통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등 이채롭고 신비로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말리나

작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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