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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기쁨

jvca 2024. 1. 28. 09:39


눈물과 땀, 그것은 가장 정직한 몸의 언어입니다. 거짓이 통할 수 없습니다. 시인이자 화자이고 아들인 나는 작품 속에서 이런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에게 밥에 얽힌 사연은 이렇게 땀과 눈물을 흘리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땀을 눈동자에서 난 눈물로, 눈물을 몸에서 난 땀으로 변형시키는 힘도 가졌습니다. - 본문 중에서- 2011년 들어 아무리 바빠도하루에 한 편씩 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조, 심상이며 문법적 요소, 시대 상황을 외우고정답을 고르던학창 시절에는 시는 참 부담스러운 대상이었습니다. 모두 말로는 시는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하지만아마도공식처럼 머리로 외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제대로 느낄 겨를이 없었겠죠. 지금은 시 읽는 기쁨 조금이나마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고 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이른 새벽에 읽는 시와 잠자리에 들기 전새벽녘에 읽는 시는 느낌이 묘하게도 다릅니다. 하루를 시작하며 활기차고 상쾌한 느낌을 선물하기도, 하루를 마감하며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가져다줍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루한 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와 같이 시를 참고서에서만 만났던 전형적인 학생에게는 사실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죠. 그래서 선택한 책이 바로 시 읽는 기쁨 과 같은 스타일의 책이었습니다. 한국 현대 시인 25인의 25개의 작품을 소개하며 지은이의 개인적인혹은 전문적인 견해를 덧붙여 독자들의 숨은 시상을 깨어나도록 보듬어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이란 머리말의 제목처럼 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레 시에 관심을두게 됩니다. 애비는 종이었다. 라고 고백하는 서정주의 심정을일방적으로 주입하기보다시인이 처했던 상황 (실제 서정주의 아버지는 그의 고향 고창에서 만석군 지주로 군림한, 현재 <동아일보>의 설립자이고 고려대학교의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 집안의 마름이었다고 합니다.)을 설명하고,시상식장에서 머리가 가장 높게 올라온 190cm의 시인 유하를 묘사하기도 합니다. 사실 시 자체의 내용보다 이런 숨겨진 시인의 사생활이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원래 사람이란 남에 대한 이야기에(덧붙여 숨겨져 있다면!) 귀가 쫑긋해지는존재잖아요. 가장 값싼 800원짜리 프란츠 카프카를 마시는 오규원, 그 산에 그 강에 가고 싶은 김용택,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을 그리는 기형도, 견딜 수 없는 오후 세 시의 정적에 어지러워하는 김상미, 그래 너는 아메리카로 갔어야 했다. 라며 슬퍼하는 김명인........ 25명의 시인은 자신만의 언어와 경험으로 매력적으로 시를 써내려갔고, 지은이 정효구 씨는 훌륭한 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엮어두었습니다. 한국 현대 문학의 한 획을 그은 25개의 시라는 최상의 요리를 먹기 좋고 보기 좋게 예쁘게 모아두었다고나 할까요? (사실 신현림-아들 자랑 을 읽기 전까지 지은이가 남성인줄 알았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함민복시인의 눈물은 왜 짠가 였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에는따뜻한 마음을 지닌 세 명의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어머니, 시인이자 화자인 나, 설렁탕집 주인. 어머니는 아들에게 고깃국을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 노력합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라는 한국인 특유의 밥 심을믿는 가난한 어머니는 고기가 안 되면 고깃국물을 먹이려고 애씁니다. 그런 고깃국물을 마시고 있는 아들의 마음 또한 편할 수는 없습니다.아들은 중이염으로 고기를 못 먹는데도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착한 아이가 되어 맛있게 깍두기를 베어 무네요. 그리고설렁탕집 주인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모른 채 하며, 아니 행여나 그들이 미안한 마음을 느낄까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갑니다. 세 명의 등장인물은 연민 이란 관계를 형성합니다. 절제 된 슬픔을 공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독자에게 서로 배려하며피어나는 따뜻함 을 전해줍니다. 시인이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고 찔끔 흘린 눈물을 시인은 눈동자에서 난 땀 이라고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부디 세 사람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배려하고 공감하고 연민하고, 슬픔을 한 방울 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득, 시를 다 읽고 난 후 내가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렸던 적이 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외로워서, 허탈해서, 미워서.... 흘린 눈물들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시를 읽고 스스로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가다 보니 마음 한편이 벅차오르며 행복하다는 사실에웃음 짓습니다. 이게 바로 시 읽는 기쁨이 아닐까요? + 함민복시인의 시를 또 한 편 찾아보았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시인님의 시는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시 해설집이 아니다. 시 읽는 즐거움을 좀더 맛보기 위한, 지극히 쾌락주의적인 책. 좋은 시를 읽으면 매운 고추를 먹은 것처럼 간질간질하다. 또는 콜라를 마신 것처럼 싸아하다. 뭔지 알 수 없는 것이 들어와 머리를 간지럽힌다. 이 시는 이래서 이게 좋아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저 좋은 시 란 한 마디밖엔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교과서에서 배우듯 언어의 조탁이 뛰어나서 좋은 시 라고 말하는 것도 정말 김 새는 일이다. 이 책을 권한다. 이 시는 이래서 좋다 고 꼭 짚어 말해버려서 김 새게 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읽어보세요 라고 넌지시 건넨다. 시인의 뒷얘기도 붙어있어 더욱 즐겁다.

천상병. 귀천서정주. 자화상오규원. 프린츠 카프카정현종. 좋은 풍경최승호. 전집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이준관. 여름밤안도현. 너에게 묻는다유하. 나무를 낳는 새기형도. 엄마걱정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장경린.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김상미. 오후 세시김명인. 동두천 Ⅳ오탁번. 토요일 오후이승훈. 인생은 언제나 속였다김승희.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2감태준. 흔들릴 때마다 한 잔정진규. 놀고 있는 햇볕이 아깝다최두석. 전쟁놀이박세현. 행복신현림. 아들자랑황인숙. 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