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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파에서 노동 안전 관련한 드라마를 한다는 이야기를 배우 봉태규 인터뷰에서 읽게 되었는데, 이 책 제목이 나와서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기승전결에 익숙한 우리 눈으로 보자면,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노동 안전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알려줍니다. 먼저 기는, 이 땅에 노동이 있고, 산업 재해가 있었던 시기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책에 등장하는 석면, 수은, 탄광의 진폐, 이런 이야기들은 얼추 40년이 되어가는 80년대에 나온 책에도 나옵니다. 수은 중독으로 나중에 밝혀진 이따이이따이병 이야기가 어린 시절에 읽은 책에 보고 워낙 인상깊어 아직도 기억이 나는군요. 그렇다면 승은 우리 나라에서 이런 산업재해들을 진단하고 밝혀내고, 추적하는 부분이 되겠지요. 그리고 전은, 각종 산업재해에 대한 산재보험 처리, 병원에 생긴 진단 관련 부서들 (이 책을 쓰신 많은 의사들이 계신) 그리고 각종 법규들, 기업에 대한 제재, 이런 부분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결은? 산업재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예방까지는 몰라도 사후 대책까지는 잘 되어 있어야 겠지요? 그렇지만 이 책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아주 오래 되어 벌써 많이 해결되었을 것 같은 이 문제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아직 제대로 전 단계에 이르는 반전도 제대로 못 일어난 것 같다는 현실 때문입니다. 이 책은 노동 운동에 대한 책이지만 의사들에 의해서 쓴 산업 관련 질병이나 사고들에 대한 이야기만 있지 뭐가 잘됐다 잘못됐다에 대한 이야기도 없습니다만 보기만 해도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례들 중, 가장 가슴에 와닿는 것은 "아직도 한국에 이런 일이..."라는 부분입니다. 아직도 석면 피해자가? 아직도 수은 중독이? 아직도 메탄올 사례가 있어? 위험성이 알려진지가 20년이 넘었는데 21세기에도 사례가 있습니다. 예전에 지은 건축물 철거에서 석면 피해, 수은 사용하던 공장을 철거하면서, 반도체 노트북 공장에서 에탄올로 다 대체되었다고 알고 있던 메탄올을 사용해서... (에탄올 리터당 1200원 메탄올 리터당 500원의 차이로) 분명히 발전해가고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 발걸음이 아직 더딘 것도 현실입니다. 외면할 수는 없지만 하청의 재하청으로 흐르면서 멀어진 현실이지요.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잠깐 잠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지만 다시 사소한 반복이 계속 되고 있는 지금, 무력감도 들지만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렇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죄책감이 드네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이 본 노동현장 이야기. ‘굴뚝산업’으로 상징되는 제조업 등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직접 목격하고 직무로써 대면하여 내막을 깊이 알고 있는 의사들이 다치고, 병들고, 아픈 노동자들을 만나 노동권과 생명권에 관한 새로운 사유를 길어낸다. 각각의 사건을 대면한 순간부터 원인을 파헤치는 과정, 은폐되었던 공장 안 이야기, 의술을 넘어 건강한 노동을 위한 조건 만들기까지 ‘굴뚝 밖’의 존재인 의사의 시선에서 현장을 추적한 르포르타주이자 21세기 한국사회 노동현장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


서문: 당신은 어떤 일을 합니까?

1장 - 산업재해 혹은 노동권을 뒤흔든 일곱 개의 장면
제일화학의 기억: 끝을 알 수 없는 죽음의 먼지 석면
터널 끝 어둠으로부터 진폐병동까지: 석탄 광부 이야기
마음을 병들게 한 청구성심병원의 일터괴롭힘
간을 망가뜨린 독성물질, 죽음을 막지 못한 건강검진
도시철도 기관사의 정신질환도 직업병입니다
‘골병’의 현장을 바꾼 두원정공 노동자들
아픈 노동자 대우자동차 이상관, 죽음으로 항변하다

2장 - 오늘, 우리시대의 산업재해: 죽음의 공장, ‘관계자 외 출입금지’
열사병, 그리고 저열한 제도에 쓰러진 조선소의 청년
숨겨진 산업재해들, 위험을 방치하고 생명을 무시한 범죄
작업중지권: 얼마나 위험할 때 일을 멈춰도 될까?
건강진단의 모순: 예방하려다 배제되는 불편한 진실
산재노협 활동가 남현섭의 삶과 죽음

3장 - 소리 없는 살인자, 직업병: 당신은 고장 난 쓰레기가 아닙니다
위험한 첨단전자산업, 삼성반도체 피해자들과의 10년
돌먼지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유산과 기형아 출산
조리급식 노동자의 골병이 말하는 것
영혼까지 팝니다: 감정노동의 맨 얼굴
과로사와 과로 자살: 열심히 일한 당신, 죽는다
우울한 사회,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노동자

4장 - 안전의 외주화: 불안정노동자의 불안전 노동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수은중독
태국 노동자 집단 앉은뱅이병을 일으킨 노말헥산
메탄올 중독사건: 법의 사각지대에서 시력을 잃은 파견노동자들
현장실습이라 불리는 어린 노동자 착취의 굴레

에필로그: 굴뚝 밖으로 나온 노동자들